몬테풀치아노의 구리 대장간, 보테가 델 라메(Bottega del Rame)
최종 수정일: 2019년 8월 18일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구릉 위의 성벽도시 몬테풀치아노(Montepulciano)는 포도밭 위로 빛바랜 테라코타 기와 지붕들이 겹겹이 이어지는 성곽도시입니다.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라는 와인으로도 유명한 곳이지만, 유명세에 비해서는 마을은 소탈한 느낌입니다.
마을 골목을 따라 걷다가 재미난 가게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구리 대장간에서 만든 주방용품과 소품들을 파는 가게입니다.
이 가게 이름은 보테가 델 라메(Bottega del Rame) 입니다. 관광객을 위한 기념품 가게인줄 알았는데, 나름 역사와 전통을 가진 곳인 모양입니다. 가게를 운영하는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참나무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농부라는 직업을 접고, 구리로 냄비를 만들어서 팔았던 이래로 3대에 걸쳐 몬테풀치아노에서 구리 대장간과 가게를 운영해 왔습니다. 할아버지의 아버지가 구리세공을 배운 지오토라는 스승에게 작업 도구들을 물려받았는데, 특히 1845부터 쓰던 대장간 화덕은 오늘날도 여전히 쓰이고 있다 합니다.
할아버지는 오랜 경험상 최적의 두께라고 여기는 최소 2mm의 구리판을 가지고 작업을 하는데, 불에 넣고 구부려서 모양을 만들어 망치질을 해주고 식히는 작업을 일일이 손으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요즘은 기계나 신식 문물(?)의 도움을 좀 받기는 하지만 방법 자체는 150년 전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합니다.
옛 도구와 세심함을 살린 정성은 그대로지만 장인도 세월의 변화에 맞춰 새로운 시도를 하는지, 최근엔 구리팬에 실버성분을 활용 전문가용 후라이팬과 인덕션에 사용할 수 있도록 철을 활용한 라인도 개발했다고 합니다. 보테가 델 라메의 구리 제품들은 여기 가게뿐 아니라, 시대의 조류에 맞춰 아마존에서도 판매하고 계십니다.
가게를 채운 물건들은 기념품도 있지만, 대다수가 아마도 이 마을 주방과 일상에서 사용되었을 듯한 생활용품들 입니다. 예전에는 물을 빨리 뜨겁게 데우고, 와인을 더 오래 차갑게 유지하기에 구리만한 게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금붙이에는 별 감흥이 없는데, 왜 구리로 만든 것들에는 이렇게 끌리는 지 모르겠습니다. 매끈하고 얄밉게 깔끔한 공장표 구리냄비와 달리 시골 대장간에서 150년 전부터 달군 화덕에서 손으로 두드려 만든 구리팬은 좀 그슬리리고 흠집이나도 그 나름의 멋이 있을 것 같습니다.
몬테풀치아노에 머물기 좋으 숙소는 여기! 로칸다 디 산 프란체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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